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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 사무실로 식구들을 불러 중국 음식 외식을 했다.



처음 자장면을 먹었던 때의 충격은 엄청났다.
어머님의 손에 이끌려 동네에 새로 생긴 중국집엘 가봤다.
미아리 촌 구석에도 자장면 집이 생긴 것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즈음일까 
그러니까 9살 때 나는 처음으로 그 중국식 국수인 자장면이란 음식을 처음으로 맛 보았던 것이다.
지금 내 나이 마흔넷이니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의 일이다.
어머님은 그 전에도 자장면을 맛 보셨던 것 같다.
나는 뭐가 맛있는지 어떤 걸 시켜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어머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저없이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하셨다.
굵은 국수 면발에 검은 색 쏘스는 당시 내 눈엔 너무 엽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머님이 비벼 주시던 비빔국수나 멸치 국물 우려낸 국수 혹은 칼 국수 정도나 먹어본 나는
차마 자장면이 음식으로 보이질 않았다.
어머님이 두 손으로 젓가락을 한짝씩 잡고 쓱쓱 비벼서 내 앞에 자장면을 밀어 주셨는데도
나는 한 젓가락도 입에 담지 못했다. 냄새는 그럴 듯한데도 말이다.
어머님이 한 젓가락 입에 넣으시는 걸 보고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마치 쓴 약이라도 먹듯이 자장면을 입에 넣었다.
그러고 나선 나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엄마, 너무 맛있어."

자장면 한 그릇이 초등하교 2학년 짜리에겐
그리 적은 양이 아님에도 나는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 후로 상을 타오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아무튼 아버님 어머님의 맘에 드는 행동을 한 후엔
자장면 한그릇이 내겐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처음 봤을때 느꼈던 맛없어 보이던 굵은 면발 그리고 거무튀튀한 자장 쏘스가
최고의 음식이 되고 만 것이다.

나는 요즘도 자장면을 이삼일에 한 그릇씩 먹는다.
사무실 직원들이 "질리지 않으세요 "라고 물으면
"세상에 자장면이 어떻게 질릴 수가 있지 "라고 되 묻곤한다.
물론 직원들은 그런 내가 무척이나 신기한가 보다.
태어나자마자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다.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은 나를 시골에 보낼 수 밖에 없으셨던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이 되어서야 집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입학식 전날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서울에 올라온 나는 자장면을 먹어 봤을 리가 없던 것이다.
어린 시절을 부모와 떨어져 생활할 수 밖에 없던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세살, 네살 터울의 둘째나 세째 동생들에 비해 나는 호강을 하였다.
가끔 어머니는 동생들 몰래 나를 전기구이 치킨 집에 데려가 통닭 한마리를 사 먹이곤했다.
물론 어머니는 시큼한 무 조각만 몇개 씹으시면서
항상 "난 속이 배가 안 고프니 너나 많이 먹으렴"이란 말을 빼먹지 않으셨다.
그땐 그리도 맛있던 전기구이 통닭이 요즘은 왜 이리 별로인지.

아무튼 나는 오늘 점심 식사도 자장면을 주문했다.
몸에 좋건 말건 그건 알고 싶지않고

Posted by 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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